백탑령은 서호(西湖) 남쪽, 전당강(錢塘江) 북안(北岸)에 위치해 있으며 해발 84m로 낮은 구릉을 이룬다. 백탑령의 동남쪽 기슭에는 한 백탑이 있는데, 탑신(塔身)은 순백색 석재로 쌓여 있어 그 이름이 유래되었다.
이 탑은 높이 16m이며, 탑 기단(基壇) 면적 400m2이다. 오대십국(五代十國) 시기에 건설되었으며 전국중점문물보호단위(全國重點文物保護單位)로 지정되었다. 백탑령 아래에는 옛날 백탑교(白塔橋)가 있는데, 진룡교(進龍橋)라고도 불렸다.
백탑령 아래에는 옛날 유포(柳浦) 나루가 있었으며, 육조(六朝) 시기에는 ‘유포태(柳浦埭)’라고 불렸다. 이곳은 강, 하천, 바다 세 물길의 요충지에 위치해 있어 해상 선박들이 모여들고 사람들이 오가며 중당(中唐) 시기까지도 그 번영이 쇠하지 않았다.
오늘날 세월의 변화로 유포 나루는 이미 사라졌지만, 백탑은 풍우를 겪으며 여전히 전당강 강변에 우뚝 서 있다.
백탑은 현존하는 오대십국 시기 말기의 목조탑(木造塔)을 모방한 석탑 중에서 가장 아름답고 진실하며 전형적인 작품이다.
탑신은 평면 팔각형의 누각식(樓閣式) 탑 건축으로 아름답고 우뚝하다. 탑 기단에는 산봉우리와 해파 등 문양이 조각되어 있고, 그 위에는 수미좌(須彌座)가 있다. 수미좌의 허리 부분에는 불경(佛經)이 새겨져 있으며, 탑신에는 부처와 보살(菩薩) 등의 이야기가 부조(浮彫)로 새겨져 있어 생동감이 넘친다.
1930년, 유명한 건축학자 양사성(梁思成)은 항주(杭州)를 방문하여 백탑을 측량하고 조사한 후, “당나라 말기부터 오대십국을 거쳐 송나라 초기까지 남방 및 전국에서 석탑 중의 고전적인 작품”이라고 극찬하였다.
1998년, 문물 전문가들은 백탑에 대한 연구와 보호 작업을 시작하였다. 2014년 5월 1일, 백탑은 공식적으로 대중에게 개방되었다.